25* 서로에 대한 걱정
다음 날 아침, 다들 일어나서 거실로 스물스물 모임. 승철이가 둘러보는데 순영이도 없고 한솔이도 없음. 한솔이랑 같은 방 쓰는 민규 툭 치고 한솔이 어디갔어, 승철이가 물어봄.
민: 순영이형이 불러서 아까 나갔어요.
쿱: 순영이가?
민: 네, 늑대가 필요했나봐요. 저한테도 연락왔더라구요. 근데 자느라 못 받아서··· 형도 확인해봐요. 아마 형한테 제일 먼저 연락했을걸요.
그 말에 승철이가 방에 놔뒀던 휴대폰들고 확인하는데 맞음. AM 5:47 순영 부재중 3통. 메인 화면에 뜸. 승철이 바로 다시 전화검. 처음에 걸 때는 안 받고 십분 있다 다시 거니까 받는 순영이. 애들이 잠 덜 깬 눈에 물음표 달아가며 승철이 쳐다봄.
쿱: 너 지금 어디야? 늑대는 왜?
영: 아, 지금··· 뭐 확인할 게 있어서요. 한솔이한테 확인해보라고 해서 확인했어요. 너무 오래돼가지고 냄새가 다 빠져나갔다고 해서 한솔이 숙소로 들여보냈어요.
쿱: 너는?
영: 저는 뭐 한 가지만 더 알아보고 들어갈게요. 아침 먼저 드세요.
쿱: ···오면 얘기할거야?
영: 확실해지면요. 아마 오늘은 못 할 것 같아요.
쿱: 원우 일인거지?
영: 원우 일이기도 하고, 제 일이기도 해요.
쿱: ···그래, 알았다. 몸 조심하고.
영: 네, 형. 지금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쿱: 됐어, 너가 말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다 이유가 있겠지. 다치지만 말고 들어와. 원우 또 걱정해.
영: 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동시에 한솔이가 문열고 들어옴. 터덜터덜 걸어오더니 소파에 널부러짐. 승관이가 그런 한솔이 머리 톡 치고 한솔이는 겨우 고개들고 자기한테 시선 집중되어있는 세븐틴들 봄. 피곤해보여서 차마 말은 못거는데 궁금해서 한솔이만 쳐다보는 세븐틴들 보고 한솔이가 웃고는 겉옷 벗으면서 말함.
솔: 어제 원우형이 말한 그 아파트있잖아요. 거기로 불렀어요.
명: 순영이형이? 왜?
솔: 냄새, 어떤 냄새를 맡을 수 있겠냐고···. 오래된 냄새일 거라면서. 어떤 냄새냐고 물으니까 자기도 모른대요. 그냥 어떤 냄새인데 너가 맡아보지 못한 냄새일거라고.
민: ···? 그게 뭐야.
솔: 그래서 저도 그런 거는 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죠. 근데도 혹시 모르니까 맡아보라고 하더라구요.
정: 그래서? 맡았어?
솔: 아니요, 못 맡았죠. 이미 원우 냄새도 안 나던데요, 뭐. 새로 사는 사람들 냄새밖에 안 났어요.
쿱: 사람 사는 데에 들어갔다고?
솔: 아··· 순영이 형이 잘 말했나봐요. 거기 집주인이랑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그 전에 살던 집주인 혹시 아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그 집주인이 모른다고 그랬구요.
정: 근데 있잖아.
솔: 네.
정: 원우 부모님 중 한 분이 요괴인 걸 확인하려는거면 거기로 갈 게 아니라 관리팀장한테 가던가, 병원으로 가던가,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도대체 뭘 확인하려고 한거야, 순영이는?
찬: 한 번도 맡지 못한 냄새라고 했잖아요. 우리가 아는 거 말고 딴 게 또 있는 것 같아요.
부: 혹시 지훈이 형, 뭔지 알겠어요?
승관이가 소파에 앉아서 둥둥 떠다니던 지훈이를 올려다보며 물어봄. 지훈이가 한참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다가 씹어내듯이 뱉어냄.
훈: 약.
세븐틴들: ...?
훈: 권순영이 찾던 거, 약일지도 모르겠다고.
찬: ...형. 형 혹시···
훈: 응.
찬: 어제 순영이 형이 말한 약 있잖아요. 요괴 속성 약하게 만든다는··· 혹시 그 약···
정: 무슨 말이야, 약이라니.
찬: 어제 순영이 형이 말했었거든요.
하면서 어제 좀비 얘기부터 대화내용까지 말함. 요괴속성을 약하게 하는 약이 있었다고. 그게 자꾸 신경쓰였었는데 혹시 순영이 형이 찾는다는 약이 그거냐고. 찬이가 속사포로 하는 말에 지훈이가 고개를 끄덕임. 세븐틴들이 놀라서 지훈이 다시 쳐다보고.
훈: 확실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감이에요. 걔는 전원우가 여우라고 거의 확신하는 것 같길래. 그런 거면 전원우가 여우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냄새도 나고 그랬었던 이유가 필요한데 그 약이라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죠. 물론, 그 약을 먹인 주체가 원우네 할머니라는 거면 원우가 나중에 받게 될 충격이 더 커질거고, 약 부작용때문에 원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그것도 문제이고 하긴 해도. 권순영이 찾아다니는 건 혹시 그 약 냄새가 아닌가 싶어서. 그거 말고 또 다른 게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구요.
정: ··· 말이 돼? 그런 약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어.
훈: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요괴들은 아무래도 환영받지 못하니까요. 그 약이 아무리 부작용이 커도 몰래 유통돼서 쓰이곤 했어요.
쿱: ··· 일단 원우한테는 티내거나 하지 말자. 걔는 자기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 받아해. 만약이지만 원우가 여우고 그래서 약도 먹은 거고 그런 거면···
말하다가 승철이가 울컥해서 말 멈추고 얼굴 한 손으로 쓸어내림. 처음부터 원우 걱정하고 그랬던 승철이를 아니까 다들 가만히 앉아서 승철이 올려다봄. 감정 추스리고 그니까 다들 원우 앞에서는 아무말도 하지말자, 하고 말 끝내는 승철이. 세븐틴들 다 고개 끄덕이고 고요히 원우 나오기 기다림. 승관이가 늑대들 보면서 원우형 아직 자요? 물으면 민규가 고개 끄덕이면서 응, 아직 자, 대답하고. 늑대들 오감 다 원우에게 향해있고 세븐틴들은 그런 늑대들 보고 있음.
쿱: 깼다. 나오겠다, 이제. 아침 당번 식사 준비하자.
승철이 말에 서둘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하는 지훈이랑 한솔이. 대충 이것저것 만들면서 있는 밑반찬 꺼내고 밥 푸면서도 온갖 감각은 다 원우 방에 가있는 지훈이랑 한솔이. 한솔이가 늑대 감각으로 원우 동선 말하고.
솔: 원우 형 이제 씻으러 갔어요.
훈: ··· 그거 변태 안 같냐?
솔: 그래서, 말하지 마요?
훈: 그건 아닌데··· 너네 원래 다 듣고 그래?
솔: 평상시에는 이렇게 조용하지도 않고 이렇게 집중하지도 않아서 못 듣죠. 오늘은 다들 조용하고 들으려고 집중도 하니까.
훈: 그래서, 지금은 뭐하는데?
솔: ···아직 씻죠.
큼, 헛기침하면서 끓고있는 김치찌개 괜히 건드는 지훈이. 한솔이가 그런 지훈이 보고 한 번 웃고 계속해서 밥 담음. 썰어놓은 파 넣으면서도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고 다 상상뿐인 일에 답답하고, 그 상상들도 원우가 행복해할 일들은 아닌 것 같아서 심란한 지훈이.
그래, 그냥 네가 계속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이 순간 세븐틴들 머릿속에 드는 생각.
처음부터 원우에게서 여우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원우가 인간인 거면 좋겠다.
한솔이가 생각에 빠져있던 지훈이 팔을 자기 팔로 툭 침. 지훈이가 왜, 물어보자 한솔이가 눈짓으로 원우 방문 가르킴. 동시에 원우가 문 열고 나옴. 머리에 남은 물기 수건으로 꾹꾹 누르면서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음.
원: 오늘은 김치찌개네요. 맛있는 냄새난다.
하는 소리에 한솔이가 부엌에서부터 원우형이 제일 좋아하는 한솔이표 김치찌개! 소리 치고 그 소리 듣고 원우가 베실베실 웃음.
원우 웃는 거 보면서 세븐틴들은 뭔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고.
민: 형 어제 부실하게 먹었죠? 오늘은 아침이어도 많이 먹어.
홍: 맞아, 어제 원우 컵라면 먹었지? 이제 당분간 인스턴트 없어.
원: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는거라구요.
홍: 안돼.
원: 너무하네들.
원우가 퉁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데 준이가 옆에 와서 원우 허리 껴안고 부둥부둥해줌. 원우 컵라면 먹고 싶었어? 하면서 달래니까 원우도 얼굴 풀고 웃음. 내가 애야? 하는데 그거 보던 민규가 애잖아요, 어제 밥도 먹여줘야 먹었고, 하고 다들 원우가 다른 생각 안 하게 계속 말걸고 치대고 신경 분산시킴.
원우는 나오면서 쭉 둘러봤는데 순영이 없는 걸 알고 괜히 얘기 안 꺼냄. 다들 자기 신경쓰면서 일부러 밝은 척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원우가 쭉 기지개를 펴고 뒤에서 자기 안고 있는 준이 몸에 편하게 기댐. 준은 그런 원우 허리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쓰다듬어주고.
부엌에서 세븐틴들 부르는 소리가 나고, 애들이 다들 일어나서 식탁에 앉음.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인사하고 식사하는데 평소보다 식탁이 고요하고 조용함. 다들 딴 생각에 빠져서 말 안하고 먹고 있는 거. 그걸 쭉 보다가 원우가 말을 걸기 시작함.
원: 아, 어제 지청 다녀온 얘기 안 했죠? 어제 정신이 좀 없어서 까먹었어요.
부: 맞다. 그랬네. 형 지청 다녀왔죠?
원: 응. 식비는 올려준대요, 걱정마, 승관아.
부: 뭐··· 제가 굳이 많이 먹고 싶고 그래서는 아니에요···!
명: 승관이 많이 먹잖아.
부: 아니야, 아니라구요. 솔직히 저보다 늑대들이 더 많이 먹어요. 장난아니라구요. 석민이형도 얼마나 많이 먹는데.
원: 뭐 일단 식비랑 생활비 부분은 왠만하면 다 올려주실거에요. 그리구 요괴리스트도 얻어왔어요. 진작 그랬어야 했는데 못 그랬다고 팀장님이 사과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정: 그건 진짜 다행이다. 리스트 어제 얻어온거야, 그럼? 일주일 치?
원: 네, 일주일 동안 처리해야할 요괴들 리스트 한 번에 가져오기로 했어요. 어제는 그동안 미안한 것도 있고 리스트 당장 뽑기도 곤란해서 좀 적게 뽑아주셨어요. 요번 주는 쉬엄쉬엄하셔도 될거에요.
솔: 아, 그거 진짜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거같아요. 요즘 진짜 피곤했어요.
부: 야, 뭐했다고···.
솔: 피곤했어. 피곤해.
정: 그러게 왜 이렇게 피곤해해. 늑대들 여름잠 자?
쿱: 뭔 소리야. 그냥 한솔이가 요즘 공부도 하고 요괴도 잡고 그러느라 피곤해하는거지.
원: 아, 그리고 석민이랑 한솔이 대학도 보낼거래요. 원래 연합 요괴들 대학은 보내자, 주의거든요. 다른 요괴분들도 하고 싶은 공부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컨택해볼게요.
석: 오···! 그럼 다음 년도에 입학해서 다니는 거에요?
원: 네. 지청이랑 연합맺은 대학이 있어요. 거기로 다니게 될 거에요.
솔: 그럼 준이형이랑 같이 다녀요?
원: 어··· 준이랑은 같이 안 다녀요. 준이가 다니는 대학은 예술 대학이라 아마 한솔이랑 석민이가 다닐 대학이랑은 성격이 다를 거에요.
준: 그래도 꽤 붙어있으니까.
원: 응. 대학들은 다 붙어있으니까 사실 같은 대학은 아니라도 해도 가까워.
말하고 원우가 요괴 리스트 갖고 올게,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옆에 앉아있던 정한이랑 지수가 원우 끌어내려서 앉힘. 먹고 갖고 와도 충분해, 얼른 더 먹어. 원우가 끄덕끄덕하고 찌개 떠먹음.
솔: 맛있죠? 제가 끓인 김치찌개가 짱이죠?
원: 응. 맛있어.
민: 김치찌개는 김치만 맛있으면 다 맛있지, 뭐.
솔: 그래도 제 손맛이라는 게 있다고요.
정: 그럼. 우리 한솔이 김치찌개가 일품이지, 일품. 손맛이 아주 죽여줘.
정한이가 찌개 국물을 떠먹으면서 대강 말하는데 그 모양이 웃겨서 몇 몇 요괴들이 웃음. 정한이도 씨익 같이 웃고. 그렇게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감.
26* 폭풍전야
아침 먹고 한가해서 다들 거실에 널부러져있음. 복숭아도 깎아먹고 수박도 잘라먹으면서.
커텐을 걷으려다 지수랑 정한이 눈치보는 승관이에 지수랑 정한이가 손 저으면서 괜찮으니까 걷으라고 함. 승관이가 시원하게 커튼 걷고 창문도 열고 환기 시키면서 햇빛도 쬠. 자연 좋아하는 도깨비들이 어느새 꼼지락 꼼지락 테라스에 가서 좋다고 널려져있음. 지훈이는 세븐틴들 널부러져있는 거실에서 공중에 둥둥 떠있고. 원우도 소파에 눕듯이 앉아서 책 읽고 있는데 양 옆으로 강시들이 와서 껴안고 주물거리고 있음.
그러던 중 순영이 들어옴. 각자 할 일 하고 있던 세븐틴들과 원우의 시선 집중.
순영이가 가볍게 인사하고 제 방으로 들어감. 원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책으로 시선 내리고 요괴들끼리 괜히 눈치보고 있음. 그러던 중 순영이가 나와서 거실에 앉음.
쿱: 잘 다녀왔어?
영: 네.
원: 어디 다친데는 없는거지?
영: 응.
원: ···그럼 됐어. 어제부터 피곤했을텐데 들어가서 쉬어.
영: 말 못해줘서 미안.
원: 괜찮아. 때 되면 다 말해줄거잖아.
태연한 척 말하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리는 원우를 보고 순영이 뭔가 더 말할 듯 하다가 입술 깨물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감. 애들 다 그런 순영이를 보면서 아까 지훈이 말했던 것도 다시 되뇌고. 고요한 적막에 잠기는 세븐틴 연합 숙소.
원우는 여러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함. 그래도 내색 않고 책만 읽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음. 읽던 책을 옆에 내려놓고 창 밖만 쳐다봄. 자기 일이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일인데 어찌된게 자기만 모르는 것 같고. 거기다 그 얘기 나오면 세븐틴들이 눈치보면서 어색해하니까 더 심란하고.
세븐틴들도 각기 생각에 빠짐. 원우를 처음 봤던 날, 인간냄새가 풍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우구나, 생각했던 것도 이상하고. 이제와서 원우가 여우로 발현이 된다 해서 원우에게 좋을 게 뭔가, 싶기도 하고. 진짜 원우가 약을 먹었던 게 맞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도. 그리고 뭔가 다른 일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답답하기도 하고.
적막속에서 다들 머리 굴리고 생각하기 바쁜 세븐틴 연합과 원우.
27* 혼란
이틀 후 팀장에게 연락이 옴. 원우가 받아서 얘기를 들음.
원: 보고하러 가면 알려주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주: 빨리 알려주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기다릴 것 같기도 하고.
원: ···네.
주: ···네 부모님. 사고사로 처리되어 있긴 해.
원: 아, 그래요?
주: 근데···
원: ···?
주: 그게 좀··· 위에서 덮은 흔적이 있어. 확실한 건 사고사는 아니야. 의문사거나 혹은 살인사건에 연류되어 있는 것 같아. 접근 금지 되어 있는 서류들 조금 볼 수 있어서 봤는데 사고사는 아니야. 그리고 ···
원: ···그리고, 또 뭐가 있어요? 팀장님···
주: 네 어머니쪽이···
원: ···여우에요?
주: ···
원: 알았어요. 팀장님. 보고하러 갈 때 뵐게요.
주: ···미안하다.
원: 팀장님이 왜요.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주: 정보가 확실히 차단되어 있어. 알려줄 수 있는 게 이 정도라 미안해.
원: 아니에요. 감사해요. 저 먼저 끊을게요.
원우가 테라스에서 전화받는 모습을 거실에서 지켜보던 세븐틴들. 늑대들이 들으면서 표정이 확 굳었고 다른 요괴들은 궁금한데도 굳은 표정에 말도 못 걸고 있음. 순영이는 눈 감고 쇼파에 기대어있고.
원우가 전화를 끊고나서도 한참을 테라스에 서서 있음. 눈물을 참는 듯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그러니까, 인간인 줄 알았던 엄마는 여우였고, 교통사고인 줄 알았던 두 분의 사인은 의문사 아니면 살인···.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여우일 수도 있다는 거고···
늑대들은 자기들이 말을 옮겨도 되는 건가, 싶음. 원우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음. 요괴들도 그에 동의하고 원우가 먼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함. 그리고 순영은 원우가 어디까지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자기가 아는 것 다 말해야 할 것 같다, 생각함.
원우가 거실로 들어오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요괴들을 훑어봄. 그러다 문득 기시감을 느낌. 그 느낌에 원우가 다시 한 번 찬찬히 세븐틴들을 훑어봄. 그러다 늑대들을 보고는 깨달음.
팀장님 말로 보자면 어머니가 여우, 그러면 나는 그 소문대로 또는 세븐틴들이 말했던 것처럼 여우일 수도 있는 것. 그런데 나한테서 인간냄새가 난다고 했잖아. 탁한 요괴, 특히 좀비를 잡으러 갔을 때 인간냄새 숨기라고도 했고. 그러면 나는 인간이라는 건가? 그런데 그렇다 치면 나를 보자마자 여우를 발견했던 그 첫 날 그 일들은 뭐지. 혼란스러운 원우.
원: 늑대들 다 들었죠?
늑대들: ···
원: 팀장님이 그러는데 우리 엄마가 여우였대요. 그니까 저도 여우일 수도 있는 거구요.
세븐틴들: ···
원: 그런데, 그런데 있잖아요. 그 때··· 저한테 인간냄새가 난다고 하셨잖아요. 좀비들은 인간냄새 기가막히게 맡으니까 숨기라고.
쿱: 응.
원: 그러면 저는 인간이에요?
세븐틴들: ···
원: 근데 또 첫날에는 보자마자 여우라고 확신들 했잖아요.
···
원: 그러면 저는 여우에요?
···
원: 저는 뭐에요? 저는, 저는 인간도 여우도 아무것도 아니고···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신 게 아니고··· 그럼 나는, 내가 알던 것들은··· 다 사실이 아닌데···
우두커니 서서 혼란스럽게 말을 잇던 원우. 그런 원우를 보다 정한이 일어나서 안아줌.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는 품에 원우가 그제야 울음을 터뜨림. 소리도 못 내고 끅끅대며 우는 원우에 세븐틴들이 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도 쓸어주고 등도 쓰다듬어주고 휴지도 갖다주고 물도 탁자에 내려놓으며 나름대로 위로를 건넴. 자기들은 처음부터 요괴였기 때문에 잘은 알 수 없지만 혼란이 꽤 큰 것 같아 보이기에.
원우가 다 울고 나서 뻘쭘하게 웃으면서 정한의 품을 벗어남. 그런 원우를 보고 정한이 괜찮다는 듯이 웃으면서 원우 앞머리를 한 번 헝클이고. 다 울고 난 원우가 머릿속을 어느 정도 정리한 듯 소파에 앉아 말을 꺼내기 시작함.
원: 음··· 아무래도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제가 요괴인지 인간인지 그걸 아는 거, 그거같아요.
석: 어떻게 하게요, 형?
홍: 지청에서 검사하게?
원: 아무래도 그게 제일 빠르고 정확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방법밖에 모르기도 하구요. 사실 인간이라고 나와도, 여우라고 나와도 다 석연치는 않아서··· 그래도 일단 제일 먼저 그걸 알아야 뭐든 할 것 같아요. 석연치 않은 부분도 확실해진 후에 알아봐도 될 것 같아서요.
쿱: 그래, 잘 생각했어. 먼저 검사부터 받자.
원: 네. 아, 그리고 다들 너무 눈치보고 그러지 않아도 돼요.
하며 웃는 원우. 세븐틴들이 웃는 원우를 의아하게 쳐다봄.
원: 인간이면 뭐, 그냥 살면 되는 거고 여우면··· 요괴로 사는 건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 여러분 보니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쵸?
···
원: 수명도 느는 거잖아요! 그거 하난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약 얘기를 차마 꺼낼 수 없는 세븐틴들은 그저 원우가 웃는 거에 따라 웃으며 고개만 끄덕임. 순영은 그런 원우를 보다 마른 세수를 하고는 말을 꺼내려 함.
영: 확실한 건 아닌데···
세븐틴들 + 원우: ···?
영: 여우와 그 여우의 인간 남편을 죽인···
세븐틴들 + 원우: ···!
영: 경계를 깬 저승사자에 대해, 말할 게 있어.
그동안 계속 피하려 했던 그 얘기라는 걸 애들이 알아챔. 동시에 원우의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도.
영: 경계를 깬 저승사자가 있었어. 처음에는 탁한 요괴를 직접 잡는 거에 불과했어. 그래서 징계를 내리기도 했지만 크게 주의를 주진 않았었어. 그 저승사자가 여우···에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어. 처음에 이상을 눈치챈 건 다른 동료 저승사자였어. 그가 염라에게 말했지. 동료가 경계를 깼는데 점점 직접 손대는 범위가 커진다고. 처음에는 좀비나 귀신 종류에 불과했는데 점점 탁한 늑대나 탁한 뱀파이어를 잡기까지 했으니까. 염라가 그에 그 저승사자를 잡아오라 명했어. 아무도 못 잡았어. 그 사이 탁한 요괴가 아닌 요괴까지 죽이기에 이른거야. ··· 여우만 골라서. 염라의 감시망에도 불구하고 여우만 골라서 하나하나 다 죽였어. 그러다 여우와 함께 있던 죄없는 인간까지 죽였어···
원: 그니까··· 네 말은, 그 여우랑 인간이··· 우리 엄마랑 아빠라는··· 그 말이야?
영: 나도 아니길 바랬어. 그 저승사자를 추적하는 내내 아니기를 바랬어. 근데 모든 게 맞아 떨어지니까.
원: 그럼, 왜 위에서 정보를 차단했다는 거야···? 저승사자가 죽인 살인사건이라고, 그러면 되는데.
영: 저승사자의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아 했으니까.
원: ······.
뜻밖의 얘기에 다들 놀라서 순영만 쳐다보며 있음. 순영이 그동안 바쁘게 했던 일이라는 게 경계를 깼다는 그 저승사자를 찾아다니는 거였고, 그 저승사자는 어쩌면 원우의 어머니·아버지를 죽인 범인일 수도 있다는 거고.
준: 잠깐만, 잠깐만.
영: 왜?
준: 여우만 골라 죽인다고?
영: 응.
준: 아직 안 잡혔고?
영: ···응.
순영이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준에 세븐틴들과 원우가 의아하게 준을 쳐다봄. 그러나 준이 이어 하는 말에 얼굴을 굳히고 다들 얼어버림.
준: ···그럼 원우가, 위험하다는 거잖아. 물론 인간일 수도 있지만 원우가 여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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