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우리는 착한 요괴·인간·저승사자
다음 날 세븐틴 B가 탁한 요괴 잡으러 가는 날. 승철, 석민, 지수, 준, 찬, 순영 다 거실 테이블에 모여서 어떻게 할 지 의논 중. 원우가 준비 다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세븐틴A와는 달리 계획을 짜고 있으니까 신기하다는 듯 다가가서 애들 말 듣고 있음.
쿱: 이번에 잡는 애들이 좀비 애들이거든? 근데 오늘 준이가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가. 부적 사용을 못 한다는 소리야.
홍: 음··· 부적이 있어야 편한데.
준: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홍: 아이, 준이 너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지. 괜찮아.
석: 좀비 애들 몇 명이에요?
영: 보니까 네 명 정도.
쿱: 좀비들이 잡기 쉬운편이라 다행히 A 애들 데려갈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획은 짜고 가자고. 거기다 원우도 가니까 더 확실히 해두자. 순영이 너는 원우 잘 챙기고.
영: 네.
그렇게 자기들끼리 계획을 짜고 석민과 지수가 좀비 하나씩, 승철이 좀비 둘을 맡아 해치우면 찬이가 차례로 마지막 의례를 하는 걸로. 계획을 다 짜고 나갈 차비를 하니 세븐틴 A들이 슬금슬금 나와서 배웅해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인사하는게 웃겨서 원우랑 B팀 애들이 웃음.
정: ···왜?
쿱: (웃음) 아니야. 우리 나가니까 얼른 다들 들어가서 더 자.
부: 네. 근데 오늘은 되게 일찍 나가네요? 멀리 가요?
홍: 응, 좀 멀더라구. 시간 맞춰 오려면 지금 나가야 돼.
부: 고생이네요. 잘 다녀오세요. 다치지 말구.
원: 응. 다들 얼른 들어가요.
A: 네.
하고 A 애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감. 지금 잡으러 가는 좀비가 우리 숙소에도 있는 것 같지 않냐, 하면서 농담을 하며 숙소를 나서는 세븐틴 B랑 원우. 차 타고 네 시간 쯤 걸리는 곳이라 승철이가 반 정도 운전하고 지수가 나머지 반 운전하기로 하고 가는데 가는 중에 애들 다 잠듬. 원우만 일어나서 승철이랑 조곤조곤 대화나눔.
쿱: 원우야 너도 피곤하면 좀 자도 돼. 괜찮아.
원: 아니에요. 그나저나 좀비 둘이나 맡아서 할 수 있어요? 무리 아니에요? 진짜 다치면 안 되는데···
쿱: 걱정마. 보니까 심각한 애들도 아니었고 가벼운 수준이었어. 민규 다쳐서 계속 신경쓰이는구나.
원: 네··· 아무래도. 민규 다친 거 보니까 정말 살벌하더라구요. 다른 분들도 다칠까봐 걱정돼요.
쿱: 우리 원우는 착하고 마음도 여리고···. 파견은 우리가 처음이랬지?
원: 네. 지청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고 사실 파견 나올 짬밥이 아니긴 했는데 운 좋게 오게 됐어요.
쿱: 다행이네. 너가 와서.
원: ···ㅎㅎ
쿱: ㅎㅎㅎ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조는 어떻게 하고 요구사항 얘기 정리도 하면서 두 시간 정도 옴. 휴게소에서 멈춰서 지수 깨우려는데 지수가 일어나서 잠꼬대하고 하니까 승철이랑 원우가 난감해함. 이 상태로 깨워서 운전시키면 사고날 거 같음. 승철이가 그냥 내가 계속 운전할게, 하면서 타려는데 원우가 그럼 제가 할게요, 운전, 하고 운전석에 앉음. 승철이가 원우한테 운전도 할 줄 알아? 묻는데 원우가 코찡긋 웃으면서 당연하죠~ 하고 시동 검.
원: 아, 근데 브레이크가 왼쪽이었나, 악셀인가···?
쿱: ···내려. 내가 할게.
원: 장난이에요. 저 지청에서 맨날 팀장님 운전기사 노릇했었어요. 운전 잘 해요.
쿱: 피곤하거나 그러면 말해. 교대하자.
원: 네. 피곤하시면 좀 주무세요.
쿱: 응. 얼른 출발하자. 애들은 완전 기절했네, 기절했어. 쟤네들 놀러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원: ···그러게요.
출발하는데 차가 부드럽게 나아감. 승철이가 오, 하면서 원우 쳐다보니까 원우가 뿌듯하다는 얼굴로 웃음. 거의 다 도착할 때쯤 승철이가 조수석에서 뒤돌아서 애들 깨움. 애들이 하나 둘 일어나면서 원우가 운전하는 거 보고 한 마디씩 함.
홍: 원우가 운전해? 나 깨우지. 내가 한다고 했었는데.
쿱: ···아주 푹 잤었구나, 홍지수.
홍: 왜? 깨웠었어?
쿱: 너 잠꼬대도 하더라. 핫도그가 그렇게 먹고 싶었어?
홍: ···그거 꿈 아니었어?
쿱: (헛웃음)
홍: 미안. 원우도 미안.
원: 아니에요. 제가 운전하는 게 맞죠. 아직 도착하려면 이십분 정도 걸리니까 피곤하면 더 주무세요.
홍: 아니야. 다 깼어.
석: 형은 안 피곤해요? 어제 고기먹고 와서 서류 정리한다고 늦게 잤잖아요.
찬: 진짜? 형 안 피곤해요?
원: 안 피곤해, 괜찮아요.
영: 야, 원우야. 너 그거는 챙겨왔어? 그 인간냄새 숨겨준다던···?
원: 응. 가져왔지. 여기 있어.
영: 그래. 그거 잘 챙겨.
원: 응. 걱정마.
찬: 형, 진짜 몸 조심해요. 좀비애들은 특히 인간냄새 기가 막히게 맡아서 덤벼든단 말이에요. 준이 형이 없어서 묶어놓는 부적도 잘 못 쓸테니까 조심해야돼요. 지수형이랑 석민이 형이 묶는 건 한계가 있단 말이에요.
홍: 맞아. 다른 요괴들보다 좀비들이 더 과격해서 인간들한테 해를 끼치는 게 많아. 그래서 저급좀비인데도 우리가 가는거잖아. 다른 탁한 요괴들은 이정도 급이면 딱히 우리가 가지는 않거든.
쿱: 좀비도 원래는 요괴가 아니었지. 바이러스로 변질된 인간들이었으니까. 워낙 인간들한테 피해주는 게 많아서 요괴로 치고 우리가 처리하는 거지. 그래서 좀비 잡으러 갈때는 저승사자들이 잘 안 가. 어차피 영혼도 없고 처리할 것도 없으니까. 오늘은 결계치고 원우 너 보호해주려고 같이 가는 거야.
원: 네. 조심할게요. 여러분들도 다치지말고 조심하세요. 특히 승철이 형.
쿱: 오케이. 알았어. 다들 들었지? 원우말대로 다치지말고 끝내자.
영: 원우 말대로 진짜 승철이 형 조심해요. 오늘은 형 다쳐도 부적으로 마저 처리해줄 준이도 없어요.
찬: 다 와가나봐요. 분위기가 칙칙해요.
적혀진 주소에 다와가니까 한 마을이 나왔는데 마을이 적막하고 사람이 몇 안 다님. 차를 한 곳에 세워놓고 애들이 다 내려서 그나마 지나가던 한 어른한테 여기 어디로 가냐고 묻는데 그 어른이 세븐틴B와 주소를 번갈아보더니 왜 묻냐고 물어봄. 애들이 자기들이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알려달라고 함. 어른이 저쪽으로 가면 있다고 하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심하라고 말함. 세븐틴B들이 알았다며 고맙다며 웃고는 그 어른을 뒤로하고 알려준 곳으로 걸어감.
석: 마을에 사람이 없네요. 좀비 때문이라기에는 뭔가···.
찬: 뭔가 더 음산하죠.
석: 뭐 느껴지는 거 있어?
찬: 딱히 느껴지는 건 없어요. 탁한 요괴들 때문인 건 아닌 것 같은데. 근데 뭔가 음산해요. 우울하고.
영: 원래 이런 산골마을에 좀비같은 탁한 요괴들이 있으면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 음산하고 우울하고 이기적인.
원: 이기적인? 이기적인 건 왜?
영: 요즘 시대에 산골에 남는 건 어르신들밖에 없어. 변한 시대를 받아드리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옛 풍습과 미신에 사로잡혀있는. 요괴, 탁한 요괴, 그리고 그걸 관리하는 지청, 아무것도 모를 걸.
홍: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영: 요괴들은 대부분 도시에 있어서 이런 산골 상황을 잘 모르죠. 다들 그렇죠?
쿱: 그렇지. 아무래도···.
영: 이렇게 깊은 산골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요. 나라의 국경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살기도 했다니까요.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고 괴물이 나타나면 모여서 뒷 말을 만들곤 하죠. 마을의 어떤 사람때문에 산신이 노하셨다. 그래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거다, 하고요.
원: ···그래서 사람을 바치는 거야, 탁한 요괴한테?
영: 그렇지. 제물이랍시고 산 사람을 좀비들한테 던지는 거지. 그러면 좀비들은 먹을 게 생긴거니 한동안은 조용할테고 사람들은 무지하니 그게 산신을 잠시 안정시킨 덕이라고 믿는 거고. 좀비가 다시 날뛰기 시작하면 다시 제물을 바치는 거야. 그게 반복되면 아무리 뇌가 없는 좀비들이라도 알게 돼. 주기적으로 먹이가 오고, 만약 시간이 지나도 먹이가 오지 않으면 날뛰면 된다. 그게 평생동안 반복되는 거야, 이런 산골에서. 그러니 언제 제물로 바쳐질지 모르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우울하고 적막할 밖에.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어야 내가 사는 거니 이기적일 밖에.
석: 그럼 이 마을을 떠나서 딴 곳으로 가면 되잖아요.
영: 그러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들은 다른가봐.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거지. 우리가 보면 미련하고 멍청해보이는 거지만.
찬: 그 얘기를 들으니까 어쩐지 더 으스스해요. 그리고 원래 요괴들은 사람들의 믿음을 먹고 강해지는 거라는 말도 있잖아요. 희망이든 공포든. 이런 마을에서 신으로 군림했던 좀비들이라니까 더 찝찝하고···.
원: 순영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영: 저승사자들이 실무에 나오기 전에 배우는 것들이야. 모든 걸 배우지.
원: 모든···. 인간과 요괴에 대한 모든 것?
영: 아마도.
홍: 그래서 가끔은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더라구. 뱀파이어들에 대해서도.
원: 그럴 수가 있어요?
석: 그럴 수가 있더라구요. 진짜 신기해요. 저승사자들은. 작은 신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어진 게 아니라니까요. 요괴들이랑 뭔가 다른 종류에요, 진짜.
원: 작은 신···. 저승사자들은 그럼 다들 인간과 요괴들 편인거야? 착한 편?
영: 무슨 말이야?
원: 요괴들은 이렇게 탁한 요괴도 있고 세븐틴들처럼 착한 요괴들도 있고 하잖아. 저승사자들은 다들 착한 저승사자야?
쿱: 착한 요괴라고 하니까 귀엽다.
영: 저승사자들은 착하고 탁한 게 없어. 그냥 자기 일을 하는 거지.
원: 그런가. 저승사자들 능력으로 탁해지면 장난 아니겠다. 잡지도 못하겠네.
영: 경계를 깨는 거지. 저승사자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거니까. 안 그래도···
찬: 어! 저기! 저기 좀비들 보여요!
찬이 말대로 멀리 좀비들이 보임.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인지 울타리 같은 데에 갇힌. 좀비들 힘으로 뚫고 나올만한데 그러지 않고 그냥 갇혀있는 걸 보고 세븐틴B들이 놀람. 좀비들이 이렇게 갇혀있을 애들이 아닌데? 그러다 순영이 아까 했던 말을 떠올리고 납득함. 갇혀있으면 힘들이지 않아도 먹이가 들어오니 굳이 나갈 필요가 없겠구나, 싶은 생각. 그동안 봐왔던 좀비들보다 차분하고 어쩐지 뇌가 있어보이는 상태에 애들이 긴장하고 쳐다봄. 좀비들이 가까워지는 세븐틴B를 보고 먹이를 가지고 오는 마을 사람들인 줄 알고 일어나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멈칫함.
찬: ···쟤네 지금 우리 보고 멈칫하는 거 맞죠?
석: 그러게. 좀비라기보다는 뭔가 의식 있어보이는데.
홍: 얼마나 오래 된거야. 좀비도 오래 되면 의식이 생기나···?
애들이 짠듯이 순영이를 돌아보는데 순영이 고개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함.
영: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고 난 예외까지 알지는 못해.
찬: 그거 되게 무책임해보이는 말인 거 알죠. 아까는 다 안다면서요···!
영: 내가 배운 건 산골에서의 사람들 의식체계지. 산골에서 오래도록 신 행세를 하며 의식이 생긴 좀비는 아니어서. 저런 좀비는 처음보긴 하네.
쿱: 진짜 의식이 생긴거야? 그럴리가. 그럴 수가 없잖아.
석: 의식이 있는 좀비는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어요. 아니, 애초에 좀비라는 게···. 어, 형!
쿱: 일단 권순영 결계부터 치고 원우야 너가 가져온 거 빨리 뿌려. 순영아 원우 데리고 뒤로 빠져. 지수랑 석민이 그림자 지금 꺼낼 수 있어?
홍: 응.
쿱: 일단 쟤네 좀 잡아봐.
좀비들이 일어나 울타리를 부숴질듯이 흔들기 시작하고 동시에 순영이 결계를 치고 원우를 자기 뒤로 끌어당김. 원우가 순영이 뒤로 간 후 가져온 액체를 뿌리고 승철이 그런 원우를 보다 한 순간에 없어진 인간냄새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지수랑 석민이 바라봄. 지수랑 석민이가 더 가까이 가서 그림자로 좀비들을 얽는데 좀비 네 명이 서로 도와가며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함. 세븐틴들은 그걸 보면서 더 어이가 없음. 좀비가 어떻게 서로 도울 수가 있어···? 쟤네 의사소통도 해, 설마?
좀비 둘이 지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지수는 다시 그 둘을 얽으려고 하는데 동시에 좀비들이 흔들던 울타리가 뽑힘. 뽑히자마자 달려들 줄 알았는데 좀비들이 잠시 그대로 있더니 자기들끼리 뭉침.
찬: 아니, 아니 저거 말이 안 되잖아요. 좀비가 어떻게··· 어떻게.
석: 하급 좀비라면서. 하급이라면서···! 지청에서 정보가 제대로 내려온 거 맞아요?
원: 맞아요. 좀비 하급 넷. 주소도 여기가 확실한데···.
영: 미친.
찬: 왜요. 왜요?
영: 마을사람들이 애초에 신고를 그렇게 한거야. 하급 좀비 넷이라고. 먹이를 던져주면 자기들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니 상급인지 하급인지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어. 오히려 자기들 생각대로 잘 따라주니 하급인 줄 알았겠지. 좀비들에게 의식이 없는 게 정상이라는 걸 이 마을 사람들은 몰랐을테니까.
쿱: 정신차려. 이제와서 하급이고 상급이고가 뭐가 중요해. 석민이랑 지수 그림자 풀리는대로 바로 달려가서 하나씩 맡아. 계획대로 내가 둘을 맡을 테니까.
원: 안돼요···! 너무 위험해요.
쿱: 어쩔 수 없어. 그 방법이 최선이야. 찬이도 순영이도 잡는 거에 직접 끼어들 수 없잖아. 대신 찬아, 바로 들어와서 의식 치뤄. 어떻게든 빨리 끝내자. 오래 끌수록 안 좋을 거 같아. 마을 분위기도 이상하고···.
동시에 좀비들이 달려들기 시작하고 순영이가 찬이랑 원우 챙겨서 뒤로 물러남. 승철이 그걸 보고는 바로 좀비들 상대하기 시작하고 석민이랑 지수는 그런 승철이 불안하게 보다가 서로 눈 마주치고는 하나씩 맡아서 싸우기 시작함. 흩어지면 불리하다는 걸 아는 건지 좀비들이 도통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넷이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음. 승철이 달려들어서 목을 꺾으러들면 다른 좀비가 쳐내고 석민이가 그림자와 힘으로 허리를 공격하려하면 다른 좀비가 그런 석민이를 쳐내고.
찬: 이거··· 괜찮은 거 맞겠죠?
영: 믿고 기다려야지. 승철이 형 말대로 우린 끼어들지 못하니까.
찬: 이럴 때는 도깨비라는 게 짜증나요. 형들 싸우는데 도와주지도 못하고.
영: 영혼 꺼내는 거, 마지막 의식 치루는 거, 그건 도깨비만 할 수 있잖아.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찬: ···네.
찬이도 순영이도 걱정하는 게 보여서 원우가 싸우는 거 불안하게 보다가도 그 둘 보고 웃음. 찬이는 지켜보면서 움찔거리다가도 준비하면서 언제든 쳐들어갈 자세 취하고 순영이는 팔짱낀채로 보다가 결계 한 번씩 확인하고 원우랑 찬이 돌아보고 다시 좀비들보다가 한숨내쉼. 원우는 제일 뒤에서 좀비들이랑 승철이, 석민이, 지수 싸우는 거 보면서 공격능력이나 상황, 습관같은 거 지켜보고 찬이랑 순영이가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까지 체크함.
좀비들이 꽤 오래 버티긴 하지만 좀비들의 공격능력은 별 게 없음. 좀 더 기술이 있고 힘이 센 승철이가 치고들어가니까 좀비들도 흩어져서 달려들기 시작하고 석민이랑 지수, 뱀파이어들은 좀비보다 힘은 약해도 다른 쓸 수 있는 능력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공격을 시도해서 좀비들이 우왕좌왕 하나씩 힘 잃기 시작함. 한참을 서로 공격주고받으면서 싸우다가 승철이가 결국 좀비 하나 목 꺾고 바스라뜨린채 찬이쪽으로 보냄. 찬이가 바로 달려나가서 좀비 보내는 마지막 의식 치루고. 다음으로 석민이가 좀비 쓰러뜨린 채 찬이쪽으로 보내고 지수, 승철이 순으로 처리함. 찬이도 의식을 다 치루고 일어남.
영: 오늘은 영혼이 없으니까 내가 할 일이 없네.
원: 다들 괜찮아요? 안 다쳤죠?
쿱: 괜찮아. 아무리 상급이라도 좀비는 좀비네. 별 거 아니던데···?
찬: 세상 진지하게 싸우던데요, 형들?
홍: 그거 우리가 좀비 상대 좀 해준거야. 너무 금방 끝내면 심심할까봐.
석: 맞아.
찬: ···네.
일이 다 끝나고 다들 웃으며 농담이나 하면서 산길 내려감. 아까 길 알려준 어른을 필두로 마을 사람들이 마을 어귀에서 세븐틴들 기다리고 있음. 애들이 다가가서 저 위에 있던 좀비들은 해치웠으니 이제 걱정마시라고 말하고 가려는데 마을 사람들이 팔 붙잡음.
쿱: 왜, 왜요?
사람 a: 그것이 없어진다고 산신님이 노하시진 않겠죠···?
사람 b: 그래도 그게 우리 마을 지켜주는 거였는데.
사람 c: 제물만 바치면 조용했었어.
찬: 아니···! 제물이라고 해도 산 사람이었잖아요!
사람 b: 제물들은 진짜 잘못한 게 있어 그리 된 것이지. 제물로 우리 마을 평화를 지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야지.
석: 어떻게··· 그런.
영: 그만. 어르신들 그런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 산신님이 노하실 일도, 다른 요괴들이 찾아올 일도 없을 겁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쪽으로 바로 연락주시구요. 원우야, 지청 명함있지? 그거 드려.
원: 응. 여기요. 어르신, 무슨 일 생기면 여기로 꼭 바로 연락주세요.
사람 a: ···그래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차에 타 떠나는데 찬이가 부르르 떰. 석민이, 지수, 승철이 다 기분 나쁜 얼굴로 앉아있고. 순영이 운전하면서 그런 세븐틴B들 얼굴 백미러로 보고 한숨쉼. 원우도 약간 찝찝한 얼굴로 조수석에 앉아있음. 석민이 한참 생각하다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내뱉음.
석: 아무리 미신을 믿는다지만, 아무리 무지하다지만 어떻게 그래요? 제물이 돼서 고마운 줄 알아야한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홍: 나도 완전 충격받았어. 좀비보다 더.
찬: 그 마을 분위기 말이에요. 어두운 그 분위기요.
쿱: 응.
찬: 그거 좀비 잡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았죠?
쿱: 그러고 보니···.
찬: 애초에 그 마을 분위기는 좀비 때문이 아니었던 거에요. 거기에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이었던 거에요.
영: 원래 가장 무서운 게 인간인 법이지.
홍: 어떻게? 힘도 약하고 능력도 없는데. 가장 무서운 거 저승사자 아니야?
원: 가장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욕망은 강하죠. 그래서 제일 무서워요, 인간이. 저승사자들은 맡은 바 일을 하며 힘을 쓰는 거지만 인간들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해요. 그게 어떤 일이든. 인간의 DNA 가장 깊숙한 데에는 이기심이 존재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영: 저 마을사람들도 처음엔 안 그랬겠지. 어떻게 같은 마을 사람을 죽으라고 제물로 바치냐, 많이 반발했을 거에요. 근데 그렇지 않아서 자기 아내가 죽고 아들이 죽고 딸이 죽는 걸 지켜보고 난 후엔 공포가 들었겠죠. 다음에는 나일 수도 있겠다는. 제물은 아마 마을에서 가장 힘이 없고 쓸모가 없는 인간이 골라졌을 겁니다. 그리고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포장을 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냈겠죠. 그게 몇십년간 계속됐어요. 아마 처음의 그 죄책감과 이유는 다 사라지고 없어졌을 거에요. 마을의 분위기는 그 몇십년동안의 이기심과 죄책감이 묘하게 뒤섞인 것에서부터 비롯됐을거에요. 좀비가 사라진다고 해서 마을이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 거에요.
석: ···어렵다.
쿱: 그러게.
원: 여러분들이 착한 요괴라서 다행이에요.
쿱: 너도 착한 인간이라 다행이야.
영: 나는?
원: 너도 착한 저승사자라 다행이구.
좀비는 잘 퇴치했지만 어딘가 찝찝하다고 생각하면서 밝아지려고 노력하는 세븐틴 B와 원우. 찬이가 깊게 심호흡하면서 마음 다스리는데 순간 맡아지는 향기에 이질감느끼다가 원우한테 말함.
찬: 참, 그러고 보니까 그거 신기해요.
원: 뭐?
찬: 형, 사람냄새 숨겨주는 그거요. 진짜 안 나요. 신기해요.
석: 그러게, 안 나네. 세상 참 많이 발전했어.
원: 늙은이같은 소리···.
석: 늙은이 맞죠, 뭐.
찬: 그러면 그런 것도 있을까요? 요괴를 사람처럼 만들어준다거나 사람을 요괴처럼 만들어준다거나···?
원: 그거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홍: 에이, 설마. 그런 게 있을까?
영: 있긴 있어요.
쿱: 진짜? 뭐?
영: 뭐 다른 종류로 아예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개체속성을 약하게 하는 건 있더라구요. 요괴인데 어느 정도는 사람처럼. 그런 약이 있어요. 물론 몸에 위험하다는 말이 있어서 사용은 안 하지만. 그거 금지약품이에요.
원: 우와, 그런 게 있긴 있구나. 신기하다.
영: 옛날에는 암암리에 많이 사용했다 들었어. 특히 저런 산골이나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했대. 아무래도 그들에게 요괴란 건 믿는 것과 반대되는 거니까.
석: 참, 별 게 다 있네요. 의식이 있는 좀비가 있질 않나, 무서운 산골마을도 있고, 요괴를 사람처럼 만드는 약도 있고···.
쿱: 그러게. 아직 두시도 안 됐는데 하루가 되게 길게 느껴진다.
21* 팀장님
그렇게 네시간을 꼬박 달려서 숙소에 도착함. 애들이 비몽사몽간에 축 처져서 숙소로 들어가고 원우는 서류챙겨서 다시 나옴. 승철이도 그런 원우랑 같이 나옴. 연합팀 리더니까 아무래도 내가 같이 가는 게 낫겠지, 하고 나서는데 원우도 끄덕이고는 지청청사로 가고 있음. 청사에 도착해서 관리팀으로 가는데 옆에서 순영이 나타남.
쿱: 뭐야. 따라왔어? 언제 왔어?
영: 저도 볼 일이 있어서요. 관리팀 저 쪽이에요? 난 이 쪽에 볼일. 끝나고 봐요.
원: 상황팀에? 상황팀에 왜···?
영: 음···. 좀 더 확실해지면 말할게. 지금은 좀 그래.
원: 응. 혹시 저번에 그, 염라, 그 일 관련된 일이야?
영: ···응. 미안, 나 진짜 가볼게.
쿱: 끝나고 연락해. 같이 차타고 가게.
영: 네. 수고해요.
쿱: 오냐, 너도.
순영이 보내고 관리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무슨 일일지 궁금한 원우랑 승철이. 이것저것 얘기해보는데 전혀 아무것도 모르니까 곧 그만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여기저기서 인사가 들림.
직원 a: 어, 원우씨! 오랜만이다, 진짜. 옆에는···?
쿱: 안녕하세요. 세븐틴 연합 리더 최승철이라고 합니다. 늑대에요.
직원 b: 어머. 안녕하세요.
원: 팀장님 안에 계세요?
직원 c: 어, 계시지. 세븐틴 연합 관리상황 보고 드리러 왔구나? 들어가봐.
쿱: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일보고 나와.
원: 네. 금방 나올게요.
승철이만 사무실에 남기고 원우가 팀장실에 들어가는데 서로 걱정함. 승철이는 팀장님한테 원우가 잘 보고하려나, 뭐 까이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걱정하고 원우는 사무실 직원들이 승철이형한테 이상한 질문하고 그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팀장실 들어가니까 팀장님이 앉아계심. 원우가 인사하면서 가져온 서류 책상위에 두고 뒤로 물러섬.
원: 안녕하세요, 팀장님.
주(주지훈): 세븐틴 연합은 어때? 숙소는 지낼 만하고?
원: 네. 좋아요, 다들 잘 챙겨주시고. 숙소도 좋아요.
주: 음, 다들 요구사항이 있네?
원: 아, 네. 우선 식비나 생활비가 아무래도 부족하더라구요. 며칠 지내면서 저도 느낀 바구요.
주: 그래. 더 넣도록 할게. 본청에서도 세븐틴 연합 주목하고 있으니까.
요구사항과 현재 세븐틴들 몸상태, 능력, 상황 같은 것들 보고하고 원우가 머뭇거림. 팀장이 서류 살피다 머뭇거리는 원우 캐치하고 눈 치켜뜬 채로 지켜봄.
주: 뭐, 하고 싶은 말 더 있어?
원: 그게··· 저희가 관리자 로테이션 형식이잖아요. 그거, 저희는 안 하면 안 될까, 해서요.
주: 세븐틴 연합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원: 네. 그리고 관리자가 바뀌면서 다시 적응하고 확인하고 하는 것보다 제가 계속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주: 그건 내가 싫은데.
원: ···네?
주: 정식 관리자로 계속 거기 있으면 사무실 출근은 안 하는 거잖아. 원우 보는 재미로 출근했는데, 나.
원: ···저 농담 아니에요.
주: 그래. 그것도 고려해볼게. 다른 팀들 사정도 있으니까 확답은 못해.
원: 아, 그리고···
주: 또?
원: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인데요. 팀장님.
주: 사적인 거? 뭔데?
원: 인간으로 살다가 요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주: ? 무슨 말이야?
원: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요괴,인 경우도 있어요? 아니면 나중에 발현한다거나···
주: 있지.
원: 있어요??
주: 응. 왜? 너 요괴인 것 같대, 세븐틴 애들이?
원: ···어떻게 아셨어요?
주: 구미호같다 그러지는 않고?
원: ...
주: 요괴는 부모님 두 분 중에 반드시 그 피가 이어져. 너 부모님 두 분 다 인간인 거 확실해?
원: 확실은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 인간이라 그러셨는데···.
주: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 의료기록이나 그런 거 없어?
원: 지금까지 찾아보지 않았죠. 그리고 너무 옛날 일이라.
주: 다음 주.
원: 네?
주: 다음 주에 보고하러 또 오잖아, 너. 그때까지 내가 찾아놓을게. 네 부모님 기록.
원: 정말요?
주: 응.
원: 왜···
주: 나도 궁금하니까. 지청에 파다했던 네 구미호 설도 그렇고 세븐틴 애들까지 그렇다고 하니.
원: 제 구미호 설 아직도 돌아요?
주: 너 세븐틴 연합 간 뒤로 더 돌더라.
원: 그거 듣기 싫어서 간 거였는데···.
주: 어쨌든 다음 주까지 찾아놓을테니 걱정이나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있어.
원: 네. 감사해요.
주: 감사는 뭐. 정 그렇게 감사하면 세븐틴 연합 관리자 그만두고 내 비서로 들어올 생각 좀 해보던가.
원: 팀장님 비서 없잖아요.
주: 뭐, 하나 만들어보지.
원: 팀장님 비서 만들 직함은 아니신 거 같은데···
주: 아, 그래 알았다. 됐으니까 그만 나가봐.
원: 진짜 감사해요. 팀장님. 다음 주에 봬요.
주: 응. 조심해서 가.
인사하고 나오는데 승철이가 심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는 중. 원우가 나오니까 얼굴 풀고 가자, 데려 나옴. 사무실 직원들과 인사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순영이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음. 일찍 끝났네요, 묻는데 순영이 웃으면서 원우한테 물어봄.
영: 관리자 일은? 말했어?
원: ···응.
쿱: ···순영이, 너는 알고 있었어?
영: 어쩌다가요. 형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원우가 관리자 계속 하기로 결정나면 딱히 하지 않아도 될 말일 거 같아서 말 안 했어요.
원: 승철이 형, 알고 계셨어요?
쿱: 나는 지금 알았지.
원: 어떻게···?
쿱: 늑대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되지. 들렸어, 대화.
원: 와···. 그게 들려요?
쿱: 응.
영: 팀장님이 뭐래?
원: 고려해보시겠대. 다른 팀들 상황도 있으니까.
쿱: 팀장이랑 친해? 들으니까 반말도 하던데.
원: 팀장님 운전기사 노릇했다고 말했잖아요. 말이 신입이지, 완전 꼬봉이었어요. 맨날 운전해줘, 커피 사다줘, 잡심부름 다 했다니까요. 맨날 붙어지내니 친해지더라구요. 다른 직원분들보다.
쿱: 그래···? 신기하네.
원: 네?
쿱: 보통은 그러지 않는 것 같아서.
영: 그러게요. 앞으로 보고하러 올때는 우리랑 같이 와.
원: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쿱: 아니야. 무조건 우리랑 같이와. 우리가 시간 안 되면 다른 애들이랑. 늑대는 꼭 껴서.
영: 그래. 늑대는 꼭 데리고 와야겠네.
쿱: 그치?
영: 네.
원: ···그거 혹시 팀장실에서 우리가 하는 대화 엿들으려고 하는 거···?
원우가 잠시 있다가 말꺼내자 순영이랑 승철이 모른 척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먼저 나감. 원우가 고개 갸웃대다가 따라가고. 승철이 돌아보면서 원우 귀엽다는 듯이 웃고 순영이는 진지하게 늑대들 데려와야겠다, 생각하고. 그렇게 세븐틴들한테 코 꿰어가는 전원우.
22* 실마리
승철, 순영, 원우가 숙소에 도착하고 들어서자 애들이 쪼르르 쫓아나와서 어땠는지 물어봄. 명호랑 승관이도 저녁 준비하다 나와서 얼굴 들이밀면서 식비는요? 물어보고. 승철이가 너털웃음지으면서 승관이 얼굴 쭉 밀어놓고 씻으러 들어감. 순영이는 고민하는 얼굴로 들어오니 아무도 안 건들이고. 결국 세븐틴들 다 원우한테 달라붙어서 뭐래요? 뭐래요? 다들 물어봄.
부: 팀장님이 뭐래요? 식비 올리겠대요?
석: 대학은요? 대학은요?
정: 휴가는 보내준대?
훈: 요괴들 리스트는 지금 얻어왔어?
원우가 신발 벗고 들어오면서 일단 저도 먼저 씻구요, 하고 애들 달래니까 수긍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세븐틴들. 부엌 쪽 지나면서 자기 방으로 가는데 주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니까 앞치마하고 있던 승관이랑 명호 보면서 저녁 메뉴 물어보는 원우. 먹을 것에 대해 별 얘기 안 하던 원우가 식사메뉴에 대해 호기심 보이니까 애들이 다 원우쪽 쳐다봄. 승관이랑 명호가 해맑게 웃으면서 저녁 메뉴 말함.
명: 고등어 구이랑 오징어 회무침, 매운탕!
부: 아까 시장갔었는데 해산물들이 싸고 좋더라구요. 다들 좋아해서 사왔어요.
원: 아, 그래? 알았어.
정: 왜, 원우야? 해산물 싫어해?
원: 싫어하는 건 아닌데··· 비린내 때문에 잘 못 먹어요.
솔: 정말요? 그럼 어떡해요? 오늘 반찬 다 해산물이던데.
원: 어··· 딴 거 먹으면 돼요.
민: 다른 거 해줄까? 냉장고 보니까 그래도 만들만한 거 있던데.
원: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 식탁 가득 해산물 요리들로 채워져있고 요리 실력 부족으로 해산물 비린내 잡기에 실패한 명호랑 승관이는 원우 눈치보면서 하나씩 밥 퍼나르고 있음. 오늘따라 비린내가 더 나는 것 같은 느낌에 애들이 식탁에 앉아서 원우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승철이랑 순영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빈 의자 빼 앉고 눈치 보는 애들 둘러보다 물어봄. 너네 누구 눈치봐? 승철이가 물어보자 애들이 쭈뼛쭈뼛하더니 원우, 해산물 비린내때문에 못 먹는데··· 하자 순영이가 쭉 둘러보고는 원우 없는 거 알아챔. 세븐틴 숙소 들어와서 챙겨먹어 살이 좀 붙었다지만 그래도 마른 원우때문에 다들 원우 밥은 잘 챙겨먹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산물 못 먹는다니까 애들이 시무룩해져서 다들 안 먹고 앉아있음. 원우가 씻고 수건 걸치고 나왔는데 애들이 밥 안 먹고 식탁에 앉아서 자기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금 놀라서 애들 훑어봄. 나 못 먹는다니까 미안해서 그렇구나, 생각하고는 씩 웃고 찬장에서 컵라면 하나랑 그나마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요리 하나 쭉 끌어다가 자기 자리 앞에 놓음.
원: 저는 이거면 충분해요. 얼른들 먹어요, 식기 전에.
홍: 원우 컵라면 먹는 거 싫은데···
훈: 컵라면 몸에 안 좋아.
원: 그렇긴 해도 요즘 좀 먹고 싶었었거든. 이참에 먹는거니까. 저는 괜찮으니까 얼른들 먹어요.
민: 먹을 만한 거 해준다니까, 왜 컵라면을···
원: 이게 먹고 싶었다니까? 몰라? 가끔은 몸에 안 좋은 게 먹고 싶을 때도 있는거야. 자자, 얼른 먹읍시다. 이러다 다 식겠어요.
쿱: 그래, 다들 일단 먹고. 다음에는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걸로 정하자. 아니면 원우가 먹을 건 따로 해놓던가, 응? 다들 먹자!
세븐틴: 잘 먹겠습니다~.
눈치보는 것도 잠깐 오랜만의 해산물에 애들이 신나서 먹기 시작함. 시장에서 떠온 회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애들 보고 웃음짓고 있는 원우. 그나마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라고 끌어오긴 했어도 해산물 자체를 먹기 싫어해서 딱히 안 먹고 애들 쪽으로 밀어넣는 원우보다가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김치랑 밑 반찬 몇 개 꺼내서 앞에 놔주는 민규. 원우가 민규한테 고마워,하고 집어먹음.
정: 오늘 준이 일은 잘 끝냈어? 무슨 일이었어?
준: 강시중앙청에서 갑자기 공문이 내려와서요. 명호랑 갔다왔는데 별 일 아니더라고요.
명: 가끔 쓸데없는 일로 불러요, 중앙청은.
찬: 도깨비협회도 그래요. 긴급이라고 해서 갔는데 딱히 별 것도 없고···
부: 맞아, 그럴 때 정말 짜증나지. 아니, 그럴거면 긴급이라고 하지나 말던가.
명: 응응, 가서 보면 할아버지들이 몇 마디하고 끝나.
부: 그거 진짜 짜증나요. 도깨비 하나가 한 일 가지고 맨날 이래라저래라 이러지말아라 저러지말아라, 그거 지겹지 않나 몰라. 맨날 같은 말이고.
명: 도깨비들도 똑같구나, 강시들도 그래. 짜증나, 맞아.
찬: 승관이 형 그래서, 협회에서 부르면 맨날 가기 싫다고 투덜대잖아요.
준: 명호도 그래.
부: 다른 요괴협회에서는 안 그래요? 도깨비랑 강시들은 보니까 거의 맨날 불려가는거 같은데···.
승관이 젓가락을 휘저으면서 분노를 표하자 옆에 앉아있던 지훈이가 고이 잡아서 밑으로 내려놓음. 조용히 고등어 살 발라먹고 있던 지수가 승관이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 이음.
홍: 우리는 딱히 많이 부르는 것 같지는 않아, 그치.
석: 정기적으로 만날 때 빼고는, 네.
정: 그거 왜 그런 지 알아?
석: 왜요?
정: 늙은이들 정력 딸려서 그래. 뱀파이어중앙연합, 늙은이들이 꽉 잡고 있잖아. 봐라, 조만간 밑에서 뒤집을거라는 소문도 있어.
부: 뒤집··· 뒤집는다고요?
정: 응. 늙은이들이 죽지도 않고 몇 백년간 밑에 뱀파이어들 쥐고 흔드니까 빡쳐서.
홍: 그 소문 정확히 170년 전부터 있었어. 내가 보기엔 그거 안 이루어질걸. 사실 그 쿠데타, 윤정한 소원이잖아.
정: 맞아. 시발, 내가 뒤집어엎을거야. 중앙연합 늙은이들 꼴 뵈기 싫어.
정한이가 꽁치 살 발라주던 젓가락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까 지켜보던 애들이 그 모습 보고 웃음. 정한이도 애들 웃음소리에 같이 웃고. 원우도 웃으면서 라면 면발 흡입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얘기에 집중 안하고 딴 생각하고 있는 순영이가 보임. 앞에 앉아있는 순영이 앞에 손 흔드는데 순영이가 그제야 정신차리고 마저 먹음. 이상하다 싶지만 말 해줄 때까지 기다릴 마음으로 묻지 않고 자기도 마저 먹음. 원우가 라면만 먹고 있자 민규가 밑반찬이랑 밥 톡톡 치면서 같이 먹으라고 챙겨줌. 원우가 안 먹고 버팅기고 있으니까 민규가 고개 절레절레 젓더니 숟가락으로 밥 푼 후에 그 위에 반찬 올려서 입에 갖다댐. 원우가 민규 눈 보면서 고개 젓고 라면 국물 마시는데 민규가 라면 붙잡아 내리고 원우 턱 잡은 뒤에 숟가락 들이밀고. 원우가 민규 빤히 보다가 애가 포기할 기세가 아니니까 그제야 입 벌려서 밥 먹음.
민: 떠먹여줘야 먹네. 애에요?
원: 밥 먹기 싫은데···
민: 그래도 먹어야 돼요. 이따 밤에 배고프다고 과자 먹지 말고.
원: ···과자 먹으면 안 돼?
민: 안 돼요. 밤에 자꾸 뭐 먹어 버릇하지마요. 속 다 버려.
원: ···우리 할머니도 안 하던 걸. 아 내가 먹을게, 이리줘.
원우가 불퉁한 얼굴로 숟가락, 젓가락 쥐고 밥 떠먹고 있으니까 민규가 웃으면서 그거 지켜보고 있음.
준: 민규, 꼭 원우 엄마같다.
민: 엄마요···?
준: 응, 엄마. 그러고 보니 원우는 어디 살았어?
원: 네?
준: 쉴 때도 어디 딱히 가는 것 같지도 않고, 전화하는 것도 못 봤고.
원: 아··· 부모님 안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무덤덤하게 밥 먹으면서 하는 말에 애들이 놀라서 원우 쳐다봄. 원우가 그런 세븐틴들 보면서 웃다가 마저 밥 먹으면서 담담하게 계속 부모님 이야기함.
원: 저 어릴 때 돌아가셨대요. 할머니 말로는 교통사고였다는데, 저는 기억 안나요. 엄마 얼굴도, 아빠 얼굴도··· 사실 기억 안나요.
정: 아··· 그러면 할머니랑 계속 같이 산거야?
원: 할머니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연세가 많으셨으니까, 어쩔 수 없었죠. 지청 들어가고 얼마 안 돼 돌아가셔서 사실 그것때문에 팀장님이랑 좀 친해졌었어요. 그 맘때쯤 팀장님 어머니께서도 돌아가셨거든요. 동병상련인지, 둘이 자주 술 마시고 그랬어요. 그래서일거에요, 아마. 다른 팀원들보다 팀장님이랑 좀 친한 게.
쿱: 그런 거였어?
정: 그런거라니? 왜?
쿱: 오늘 지청갔었는데 원우랑 팀장이랑 되게 친해보이더라고. 왜 그런가 했었는데···.
어색해진 분위기에 원우가 다시 밝게 웃으면서 근데 지금은 다 괜찮아요, 진짜에요, 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함. 애들도 그 마음 다 알 것 같아서 마주 웃으면서 원우한테 한마디 씩하고. 옆에 앉아있던 민규는 원우 등 한 번 쓸어내려주고 또 옆에 있던 승철이도 어깨 한번 토닥여주고. 원우가 그냥 웃으면서 앞에 보는데 순영이가 더 곰곰이 뭘 생각하는 눈치. 그러더니 순영이가 조심스럽게 물어봄.
영: 혹시 원우야, 너네 부모님 돌아가신 거 교통사고 때문인 거··· 확실해?
원: ···왜?
영: 아니, 혹시··· 아니야. 그러면 너네 부모님 두 분 다 인간이셨던 거지?
그 말이 나오자마자 정적이 흐르더니 세븐틴들 시선이 원우로 고정됨. 원우 여우 아니냐고 했던 때부터 원우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에 다들 숨도 죽이고 원우 대답만 기다리고 있음. 한편 원우는 아까 팀장실에서도 들었던 질문을 불과 몇시간만에 세븐틴들한테 또 들으니까 더 혼란이 옴. 내가 알고 있었던 게 사실이 아닌건가, 싶기도 하고.
원: 확실···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아까 팀장님께 부탁드렸었어. 부모님 의료기록, 찾아달라고.
영: ······.
원: 왜? 왜 그러는데?
영: 그 기록, 찾으면 바로 연락달라고 해. 나한테도 바로 말해주고.
찬: 형, 무슨 일이에요?
영: 미안, 나 먼저 일어날게. 아 그리고 원우야 너네 할머니 살던 동네, 알려줄 수 있어?
원: 서울 OO구 OO동 ㅁㅁ아파트···
영: 할머니 성함도.
원: 박성순···
영: 그래, 다들 정말 미안한데 나 지금 나가볼게요. 오늘 안 들어올지도 몰라요.
순영이 말에 애들이 다들 반쯤 일어나서 뭔데, 무슨 일인데, 묻는데 순영이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더니 방에서 가벼운 겉옷만 챙겨서 바로 나감. 갑작스러운 순영에 남은 세븐틴들이 지훈이를 한번에 쳐다봄. 지훈이 한참 앉아서 생각하더니 인상을 확 찌푸리고는 씹듯이 욕 한마디를 내뱉음. 가뜩이나 쫄아있던 승관이가 지훈이를 한 번 툭 치고 지훈이가 고개를 듬.
부: 왜요, 왜. 무슨 일인데요.
훈: 몰라 나도.
부: 근데 왜 욕했어요?
훈: 모르겠어서.
부: 아, 뭐야. 엄청 쫄았잖아요.
승관이가 지훈이를 퍽퍽 때리면서 찡얼거림. 그 모습에 다들 한결 풀어짐. 대충 다 먹은 것 같아서 승철이가 일어나면서 치우자,하고 원우도 따라 일어나면서 순영이가 나간 곳 계속 쳐다봄. 옆에서 그런 원우 지켜보던 민규가 원우가 치우던 컵라면 가져가서 자기가 치움. 민규가 거실쪽으로 등떠밀자 원우가 멍하게 떠밀려서 거실로 감. 원우몫까지 치우는 민규를 보고 승철이 행주로 식탁닦으면서 말함.
쿱: 원우 걱정돼?
민: 네. 네?
쿱: 모르고 살아도 될 것들을 세븐틴 연합 들어와서 많이 알게 됐잖아. 그것도 얼마 안 돼서. 난 요즘 자꾸 원우가 걱정돼. 꾸역꾸역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처음보다 시원찮아졌고···.
민: 신경이, 자꾸 쓰이긴 해요.
신경쓰인다면서 치우던 그릇을 매만지는 민규를 보고 원우를 번갈아보는 승철이. 그래, 어쨌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연합리더로 계속 신경쓰이던 어느 한 부분을 눌러놓고 다시 밝게 상을 치우는 형보고 자기도 웃으면서 그릇 가져가는 민규. 그리고 그런 민규랑 승철이 대화들으면서 걱정스럽게 원우 쳐다보는 나머지 세븐틴들.
23* 원우와 함께하는 상담시간 -승철편
원: 지청에 요구할 거 있어요?
쿱: 음··· 일단 애들 건강관리를 빡세게 해야겠어.
원: 그건 저도 동감, 적어놓을게요.
쿱: 애들이 자기 몸 소중한지를 몰라. 회복 빠르다고 다친 게 안 다친 게 되는 건 아니잖아.
원: 그니까요! ··· 오늘 보니까 형도 몸 아끼는 편은 아니던데요.
쿱: 그거는··· 그건··· 아까는···
원: (찌릿)
쿱: 알았어. 조심할게.
원: 다들 주기적으로 정기검진도 받고 전용 주치의도 좀 지정받고 해야겠어요. 이거 진짜 팀장님께 건의할게요.
쿱: 그리고 원우야···
원: 네?
쿱: 우리도 우리지만 너도 우리한테, 아니 적어도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때문에 힘들다거나,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이라도. 관리자라지만 너도 인간이고 어떻게 안 힘들겠어. 사실 지금도 우리끼리는 너 걱정 많이 하고 있어. 아무래도 보통 인간이 쉽게 적응할만한 환경은 아니잖아.
원: ······.
쿱: 우리가 너 맞춰서 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우린 태생적으로 요괴들이야, 서투를 수 밖에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원: 네.
쿱: 그래. 말해주고 싶었어. 아까 순영이 말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원: 사실 그, 저 여우라고 하는거, 그거 빼고는 힘들고 혼란스럽고 그런 거 별로 없었어요. 사실 지청에서도 그런 소문 있었어요. 누가 냈는지 모르겠는데··· 관리팀 전원우가 구미호라더라,하는 그런거요. 지청도 요괴직원들 많으니까 상관없긴 하지만 엄연히 인간인데 자꾸 요괴라고 하니까, 그거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온거였는데 여기서도 그런 소리 듣고, 심지어는 이제 저도 의심이 가니까··· 근데 그러려면 엄마, 아빠 두 분 중에 한 분이 요괴여야 되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믿어왔던 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데. 좀 혼란스러웠어요.
쿱: 이해해. 우리가 처음에 무턱대고 여우라고 해서 미안해.
원: 미안할 것 까진 아니구요···
쿱: 우리도 힘 닿는데까지 도와줄게. 너가 여우든, 인간이든, 뭐든.
원: 감사해요. 형 덕분에 정말 적응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합 리더가 늑대라고 해서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요.
쿱: 그랬어?
원: 네. 늑대 무섭다고, 다들··· 그랬거든요. 특히 세븐틴 연합 리더 늑대가 무섭더라고.
쿱: 아, 내 소문이 그렇게 나있었어? 신기하네.
원: 근데 막상 와서 보니까 안 그래서 솔직히 좀 놀랐었어요.
쿱: 그랬구나.
하면서 원우 우쭈쭈해주는 승철이. 원우가 상담하고 요구사항 들어준다고 만든 시간이었는데 자기가 말하고 있는 듯한 상황에 의아스럽지만 일단 승철이한테 이것저것 말하는 원우. 승철이는 아빠 미소로 원우 찡얼거림 듣고 있고. 이야기가 끝난 뒤 승철이가 자기 방으로 건너가고 정리하면서 더 의아해지는 원우. ···? 분명 승철이형 상담시간이었는데···?
24* 원우와 함께하는 상담시간 -지수편
승철이 시간이 끝나고 지수가 빼꼼 문열고 들어옴. 원우가 약간 졸린 눈으로 쳐다보자 지수가 멈칫하면서 서있음. 그런 지수보고 원우가 의자 팡팡 때리면서 들어오라고 함. 지수가 문 닫고 들어와서 원우 옆에 앉는데 원우가 거의 졸고 있음. 새벽에 나가 네시간동안 차타고 가서 좀비잡고 또 네시간 차타고 와서 팀장님한테 들렸다가 왔는데 저녁 식사자리에서는 또 순영이 그렇게 하고 나가버리고, 피곤할 만도 하지. 오늘 원우 하루 길었겠네. 지수가 원우 머리 쓰다듬는데 원우가 철푸덕 책상에 엎어져서 잠듬. 지수가 푸스스 웃더니 원우 안아들고 침대에 눕힘.
홍: 항상 잘 때 많이 지켜보는 것 같네, 나는.
원: ···응.
중얼거리는 지수 말에 원우가 뒤척이면서 잠투정하자 지수가 쉬,하고는 원우 토닥거려줌. 원우가 편하게 누워서 잠들고 지수는 그 앞에 서서 자는 원우 한참 지켜보다가 스탠드랑 불 꺼주고 나옴. 자기가 나오자 깨있던 세븐틴들이 뭐했어, 물어봄. 쉿, 잠들었어, 하고는 자기도 방에 들어가는 지수. 원우 잠들었다는 말에 티비 볼륨 줄이는 지훈이랑 설거지하던 물소리 줄이는 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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